이해하기 쉬운 설교를 하라

          지난 주일, 뉴욕에 있는 한 교회에서 설교를 했습니다. 게스트 스피커를 데려다가 설교를 시켰으니 예배를 마치고 나면 으례히 ‘은혜 받았다’는 식의 인사치레가 있게 마련입니다. 이런 말을 좀 들었다고 우쭐해질 필요는 없다는 말이죠. 그런데, 그중 저로서는 지금껏 들은 최고의 칭찬에 해당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설교가 쉬원서 영어권 아이들도 알아들을 수 있었겠다”는 말입니다. (네, 자랑질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자랑질이 이 글의 목적은 아닙니다. ^^;)

          물론 이 역시도 예의상 말씀하신 것이기는 하겠습니다만, 이 설교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이러이러하다는 평가를 내려주신 것이기에 의미가 있지 싶습니다. 실제로 이 설교가 영어권 자녀들이 들을 주 있을 정도로 쉬웠는지 저로서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하겠다는 의도도 없었고 영어권 자녀들이 함께 들을 것이라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설교를 준비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설교가 듣는 사람의 귀에 ‘쉽다’고 여겨졌다면, 제가 최소한 한가지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는 설교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쁜 맘이 들었습니다.

          설교는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성령께서 설교자의 본문에 대한 학문적 노력과 삶의 경험 등을 통해서 하나님의 하시고자 하는 말씀을 회중에게 전달하는 것이 설교이기 때문에, 이 명제, ‘설교는 커뮤니케이션이다’는 절대로 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은 정보의 효과적인 전달, 즉 상대방의 이해를 목적으로 합니다. 설교를 듣고 나면 머릿속에 그 메시지가 선명하게 나타나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지 않고 설교를 듣고 나오면서도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개념들이 뒤죽박죽되어 돌아다니고 있다면, 또는 설교를 듣고 난 후에 오히려 ‘안개속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이는 설교자가 자신의 미션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다는 뜻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설교자가 설교를 준비하면서 기억해야 할 지상과제는 바로 명료성(clearness)입니다. 설교자는 설교의 명료성에 생명을 걸어야 한다는 말을 설교학 교수님들께 자주 듣게 됩니다. 명료하기가 참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떤 개념을 잘 알고 이해하는 것과, 이를 듣는 사람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전달하는 것은 매우 다른 문제입니다. 하나의 개념을 듣는 사람을 위해 명료하게 전달하는 것은, 이를 단지 이해하는 것에 비해서 배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말을 통하여 전달되는 설교의 명료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설교자가 먼저 그 개념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을 것

– 메시지의 논리적 흐름이 복잡해지지 않도록 내용의 배치에 신경쓸 것

– 설교에 논리적인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할 것

– 한 번에 하나씩만 이야기할 것: 설교의 각각의 대지(outline)마다 두 개 이상의 주제가 섞이지 않도록 주의할 것

– 문장을 단순화할 것: 글을 쓰기 위한 문장과 말하기 위한 문장은 매우 다름니다.

– 복잡하지 않은 명확한 어휘의 선택에 신경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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