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묵상] 왜 날 사랑하나

     내성적인 성격의 나는 어려서부터 사람들 만나는걸 참 힘들어했다. 소심한 성격 때문에 타인에게 호감을 나타내는 것을 무척 어려워해서 어설픈 나의 태도 덕분에 항상 친구가 적었다. 나의 친구들이라고 하면 대개 내가 그들에게 다가가서 친구라고 부르기 보다는, 그저 이런 저런 말 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몇몇 만이 내 친구가 된 것이었다.
     이러한 어려움은 물론 남자친구들에게도 있었지만 특히나 여자 친구들에게는 더 커서, 나에게는 좋으면서 좋다는 말 한 번도 못해보고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친구들이 참 많았다.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미숙함에서 온, 일방적이면서도 상대방은 느끼지 못하는 호감 또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거의 필연적으로 나 스스로를 무척 외롭게 만들곤 했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이 야속하고, 좋으면 자주 생각나게 마련이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더 외로워지곤 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말에 충분히 공감한다. “사랑을 하면 외로워진다.”
 
     경우는 좀 다르지만 사랑으로 인해서 외로우셨던 분이 한 분 계시다. 그분의 미성숙이 아니라 역시 나의 의사소통 능력에 문제가 있어서 그분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연약함때문에 그분은 많은 시간을 외로우셔야 했다. 삶을 살아가다가 문득문득 나의 삶을 돌아보면서 나는 그분의 외로움을 나의 피부로 느낀다. 사랑의 감정이 전달되지 않는 그 지독한 외로움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일까? 그분의 답답한 외로움을 깨닫게 되면, 그 원인 제공자임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그 아픔을 아파하게 된다. 터져버릴 것 같은 가슴을 애써 추스르면서 나지막히 묻곤 한다. “나같은 녀석을 왜 이렇게 사랑하시나요? 이렇게 무가치하고 존재감도 없는 녀석을……”
 
     요즘 들어서 나의 삶을 점검해보면서 나는 또 이 노래를 부르지 않을 수가 없음을 고백한다. 아무런 매력도 없는데, 단지 “그냥” 나를 향한 그 외로운 사랑을 계속 하고 계시는 그분을 기억해냈을 때 그렇게 조용히 묻곤 했던, 그리고 쉽게 답을 말해버릴 수 없었던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셨다면 나는 버티고 디딜 땅조차도 없는 초라한 사람임에, 그러실 필요가 전혀 없음에도 죽음과도 같은 외로운 짝사랑을 수 천, 수 만년간 해오신 그분께 매번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다.
 
사랑이 구주를 죽게 했네
왜 날 사랑하나
겸손히 십자가 지시었네
왜 날 사랑하나
왜 주님 갈보리 가야 했나
왜 날 사랑하나
Robert Harkness <왜 날 사랑하나>




2004.2.16 싸이월드에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