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능력은 정치력이 아닙니다

그리스도는 한 번도 자신의 목적을 위한 정치적인 세력화를 시도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식으로는 자신이 이 땅에 오신 목적, 하나님께서 자기를 이 땅에 보내신 목적을 절대로 이룰 수 없음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소위 ‘선한 목적’을 위해서 끊임 없이 정치 세력화를 시도해 왔습니다. 그 결과로 두 번씩이나 장로님을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선거철만 되면 후보들이 자기들을 찾아와서 인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영화나 노래 등의 문화를 거부하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집단 행동을 했을 뿐 아니라, 교회가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있는 법안들을 반대하기 위해 사람들을 동원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한국에서 교회를 ‘정치적 이익집단’으로 간주하는 것이 그렇게 틀린 것이 아니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제 한국 교회는 제법 큰 정치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합법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강남의 어느 대형 교회의 공사는, 그 교회 목사의 학력 문제만 제기되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도 훨씬 빨리 척척 진행되었을 것입니다. 최근 벌어진 ‘박정희 우상숭배 사건’은, 이러한 교회의 자기 정치 세력화와 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자들과 하나임을 천명함으로써 자기의 세력을 과시하고, 그러므로 스스로 이제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위치에 있음을 확인하고자 하는 행동처럼 보인다는 말입니다. 어떤 페친님((확인해보니, 이 분은 제 페친이 아닌 제가 팔로우하는 분이셨습니다. 제가 팔로우하는 분에 대한 호칭은 딱히 정해진 것이 없는 것 같아서 그냥 두도록 하겠습니다만, 아무튼 페친은 아닙니다. ^^;))께서는 이 박정희 사건을 일제시대의 신사참배와 비교하셨습니다. 그러나 신사 참배는 정치적 폭압에 원인을 둔 비교적 소극적인 순응의 차원에서 이루어졌음에 반해, 이번 박정희 숭배 사건은 그러한 정치적인 압박이 전혀 없었음에도 스스로 힘을 가졌음을 과시하려는 측면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죄질에서는 신사참배와 비교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예수님은 물론 그 제자들과 사도 바울까지도, 그런 식의 정치 세력화를 했던 적이 없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종교개혁 주간인데, 종교 개혁가들이 반대하며 일어났던 로마 교회가 가지고 있었던 무소불위의 정치적 역량을 생각한다면, 과연 한국 교회가 걷고 있는 정치 세력화의 길이 옳은 것인가를 쉽게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하지 않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분명히 교회는 세상을 향해서 그 선한 영향력을 발산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방식에 있어서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 과연 예수님께서 의도하셨던 것이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복음의 능력은 절대로 정치력이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