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曰 유대인은 예수님 안믿어도 구원받는다” 기사에 대해서

페이스북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난무하는 루머의 광장입니다. 며칠전에는 바나나는 절대로 먹으면 안된다는 글이 돌아다녀서, 저처럼 매일 바나나를 먹는 사람을 공포에 빠뜨리기도 했었죠.((이와 관련한 반론은 다음 슬로우뉴스 링크를 참고하세요. http://slownews.kr/49076 )) 오늘은 다음과 같은 기사가 눈에 들어오네요.

교황청유대인들은 예수님 믿어도 구원받는다

이름을 봐서는 기독교 관련 사이트인것 같은데, 갓톡이라는 곳은 처음 보는 곳입니다. 아주 짧고 간명하게 ‘교황청이 잘못했다’라고 정리를 해 주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글은 참 불친절해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 꽤 힘이 듭니다. 다행히도 이 글은 출처를 밝혀주고 있으니 훨씬 낫더군요. 출처를 따라가보니 이런 기사가 나옵니다.

교황청유대인 개종시키려 하지 말라. 유대인은 예수 없이 구원받았다발표메시아닉 경악 금치 못할

해당 기사를 읽어보니, 갓톡에 올라온 내용은 이 재경일보 기사의 내용을 앞뒤 자르고 원하는 내용만 발췌한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복사/붙이기를 할 작정이었다면 기사의 전문이라도 올려주면 좋을텐데 말이죠. 아무튼 기사를 보니, 이런저런 발표를 했고, 이를 보고 메시아닉 쥬 단체 소속의 브리크너 목사님이 반대를 했다고 나옵니다. 물론 재경일보 기자가 직접 이 브리크너 목사님을 인터뷰했을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면 도데체 이 인터뷰의 출처는 또 어디인지는 도통 알 수가 없지만 일단 ‘그런가보다’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그 목사님의 인터뷰가 루머의 핵심은 아니니까요.

영어를 잘하는 미국 목사님이 반대를 했으니 심각한 왜곡은 없겠다 생각이 들긴 했지만, 워낙 인터넷루머의심병 말기인 저로서는 검색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황청의 발표문을 찾았습니다.((저보다 영어를 잘 하시는 분이야 워낙 많으시니 직접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영어 읽기가 귀찮아서 짜증내면서 봤어요. ^^;; 전문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www.vatican.va/roman_curia/pontifical_councils/chrstuni/relations-jews-docs/rc_pc_chrstuni_doc_20151210_ebraismo-nostra-aetate_en.html ))

자 그럼, 원문의 내용을과 기사의 내용을 비교해본 결과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일단, 교황청 문서는 여러번에 걸쳐서 유대교와 기독교가 다른 종교이므로 서로간에 종교간 대화(interreligious dialogue)가 필요한 대상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대교와 기독교가 구약이라는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다른 종교와는 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언급은 하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기독교와 유대교는 같지 않고, 이 둘간의 관계는 종교간 대화가 필요한 타종교의 만남(nterreligious encounter)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바티칸 문서는 아주 명시적으로 구원에 이르는 두가지 길이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갓톡에도 인용된 내용이죠.

또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인 이스라엘과의 언약을 결코 취소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하나님의 구원에 이르는 다른 통로나 접근법이 있을 수는 없다”고 밝히고 했다. 이 이스라엘은 예수 그리스도 없이 구원을 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구원에 이르는 가지 다른 길이 있을 있다는, 하나는 그리스도 없는(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유대인들을 위한 통로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가 있는 유대인들을 위한 통로(기독교인들은 그가 나사렛의 예수라고 믿는다)라는 이론은 기독교 신앙의 기초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는 구원에 이르는 두 가지 길은 있을 수 없고, 따라서 유대인에게는 그리스도 없는 구원이라는 길과 통로가 주어졌다는 의미다.

일단 위의 두번째 문단을 구성하는 두 문장은 서로가 모순입니다. 첫째 문장은 구원에는 두 가지 다른 길이 있을 수 있다는 이론이 기독교 신앙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즉, 바티칸의 입장에서는 구원의 두 길 이론은 기독교 신앙 자체를 흔들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더니 두번째 문장은 유대인에게는 그리스도 없는 구원이라는 길이 주어졌다고 해석하고 있는데, 첫 문장 어디에서 그런 해석이 나올 수 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아무튼 원문은 이렇습니다.

Since God has never revoked his covenant with his people Israel, there cannot be different paths or approaches to God’s salvation.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인 이스라엘과의 언약을 결코 취소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하나님의 구원에 이르는 다른 통로나 접근법이 있을 수는 없다)((여기는 제가 해석하지 않고 그냥 갓톡 기사를 같다 붙였습니다.)) The theory that there may be two different paths to salvation, the Jewish path without Christ and the path with the Christ, whom Christians believe is Jesus of Nazareth, would in fact endanger the foundations of Christian faith. (구원에 이르는 가지 다른 길이 있을 있다는, 하나는 그리스도 없는(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유대인들을 위한 통로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가 있는 유대인들을 위한 통로(기독교인들은 그가 나사렛의 예수라고 믿는다)라는 이론은 기독교 신앙의 기초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여기도 굳이 제가 번역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서요.)) Confessing the universal and therefore also exclusive mediation of salvation through Jesus Christ belongs to the core of Christian faith. So too does the confession of the one God, the God of Israel, who through his revelation in Jesus Christ has become totally manifest as the God of all peoples, insofar as in him the promise has been fulfilled that all peoples will pray to the God of Israel as the one God (cf. Is 56:1-8).

바티칸의 입장은 “교회는 교회대로 회당은 회당대로 구원이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바티칸이 구약이 폐기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유대교에도 적용시키면서 나타닙니다. 갓톡 기사의 첫 부분을 보시죠.

교황청 유대종교관계위원회는 지난 9일(현지시간) 새 문서를 발표하면서 모든 사람들은 구원을 받기 위해 그리스도가 필요하지만, 유대인 신자들은 이 구원 계획에 어떻게 맞을 수 있는 지에 있어서 ‘하나님의 신비(devine mystery)’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문서는 또 “그리스도를 명시적으로 고백하지 않은 유대인들이 하나님의 구원 계획의 참여자들이라는 것은 신학적으로 의문의 여지 없지가 없다“면서 “이것은 헤아릴 수 없는 하나님의 신비로 남아 있다”고도 하고 있다.

원문은 이렇습니다. (앞뒤 문장을 함께 떠왔습니다.)

… it is self-evident that Paul in the Letter to the Romans definitively negates the question he himself has posed, whether God has repudiated his own people. Just as decisively he asserts: “For the gifts and the call of God are irrevocable” (Rom 11:29). That the Jews are participants in God’s salvation is theologically unquestionable, but how that can be possible without confessing Christ explicitly, is and remains an unfathomable divine mystery.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바티칸의 신학적 전제는, 말씀에 의하면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약의 율법을 폐하신 적이 없기 때문에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유대인의 입지도 변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문제가 된 문장은 해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대인들이 하나님의 구원에 동참한다는 사실은 신학적으로 질문의 여지가 없으나, 어떻게 그리스도를 고백하지 않으면서도 그게 가능할런지는, 납득할 수 없는 신적인 미스테리이다.” 이것을 가지고 “것봐 예수 안믿어도 구원받는다고 했네”라고 읽으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쟤들이 어떻게 구원받을지는 나도 모르겠다”에 가깝게 읽힙니다. 구약은 폐기되지 않았으니 유대인의 구원도 취소된 적이 없는데, 예수님을 안믿고 어떻게 그게 되는지는 하나님만 아시지 자기들은 모르겠다 이겁니다. 갓톡 기사에 인용된 해석은 직역도 의역도 아닌 악의적인 짜깁기라고 불러야 할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바티칸 발표문에서 문장의 순서를 바꿔서 번역을 해놓은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읽는 사람에게는 가톨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갓톡 기사의 마지막 문장이 바로 그런 경우인데, 비교해보시면 원문과 조금 다릅니다.

그러면서 유대인들을 개종시키려 하는 기독교 선교사들에게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신앙을 다른 이와 나누도록 부르심을 받기는 했지만 개종시키려 하지 말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In concrete terms this means that the Catholic Church neither conducts nor supports any specific institutional mission work directed towards Jews. While there is a principled rejection of an institutional Jewish mission, Christians are nonetheless called to bear witness to their faith in Jesus Christ also to Jews, although they should do so in a humble and sensitive manner, acknowledging that Jews are bearers of God’s Word, and particularly in view of the great tragedy of the Shoah.

이 문서가 가톨릭과 유대교의 관계에 대한 문서임을 기억하십시오. “가톨릭 교회는 유대인에 대한 제도적인 선교사역을 행하거나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로서는 유대인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크리스천 개인으로서는 조심스럽게 전해라는 거지요. “~하지만”으로 연결되는 문장을 반대로 붙여놓은 것은 경우에 따라서 왜곡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가톨릭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침례교 목사님이 왜 그렇게 흥분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침례교 목사님이 메시아닉 쥬 사역을 하면서 바티칸의 지원을 바라고 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죠.

대충 살펴보니 바티칸 문서를 읽으면 오해할 만한 부분도 있는 것 같지만, 대체로 갓톡과 재경일보의 기사가 좀 성의 없거나 자극적인 내용만 뽑아놨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원문을 찬찬히 읽어보긴 했는지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가톨릭의 신학적 입장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기 때문에 성당에 다니지 않고 교회에 다니고 있는 저는 개신교인입니다. 내가 개신교인이라고 해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가톨릭 쟤들은 정말 나빠”라고 욕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나요? 개신교인들의 페북 담벼락에서 가톨릭과 이슬람을 비하하는 기사는 정말 흔하고 흔한 인기 떡밥입니다. 가톨릭과 이슬람을 비하한다고 하나님과 나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는 것도 아닌데, 이런 글을 퍼다 나고 좋아요를 누를 시간에 성경이나 한 자 더 읽으면 좋겠습니다. 페북에서 이런 글을 여러번 보는 것도 꽤나 피곤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