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조사로 예수님의 성령잉태를 밝혔다는 기사에 대해

* 블로그는 가능하면 저의 글을 쓰는 공간으로 사용하려고 했습니다만, 페이스북 링크 기능에 약간의 문제((“페이스북 공유 기능의 문제”라는 것은, 제가 어떤 글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부정적인 코멘트를 하는 경우에, 다른 이가 그 글을 다시 공유하면 저의 코멘트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마치 제가 그 글에 대하여 긍정적인 포스팅을 한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하는 것입니다.))가 있다고 생각하여 보완 차원에서 펌글 게시판을 열었습니다. 펌글 게시판이라고 하지만, 그냥 복사/붙이기를 하는 것보다는 제 생각을 공유하는 글을 쓰는 게시판입니다. 절대로 글도 거의 안 쓰면서 도메인 유지비만 나가는 개점 휴업중인 저의 블로그를 홍보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제 글을 쓸 시간과 능력이 없으니 남의 글에 숟가락이나 얹어보자는 흉악한 의도일런지도. ^^;;

        페이스북에서 이런 글을 발견했습니다.

예수 ‘성령 잉태’ DNA조사 입증…세계 과학계 충격((세번째로 링크를 수정합니다. 해당 기사가 사실이 아님이 밝혀져서 그러는 것인지, 또는 사람들의 악성 댓글에 지쳐서인지는 모르지만, 제가 링크를 걸어놓는 사이트마다 글을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돌려주시네요. 이번에 걸어놓은 링크는 좀 오래 가면 좋겠습니다. ^^;))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방영된 어느 방송에서 예수님의 얼굴을 덮었던 세마포의 핏자국으로 유전자 검사를 해본 결과 어머니로부터 온 염색체만 확인되었고 남자로 부터 나온 유전자는 나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성령으로 예수님께서 잉태된 것이 맞다는 주장이지요.

저는 이런 글을 보면 일단 사실 여부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인터넷을 악용한 엉터리 유언비어의 확산이 교회와 신앙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는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바티칸의 대변인을 들먹이면서 천주교가 이제는 예수님의 재림을 믿지 않는다는 근거 없는 뉴스가 돌아다니기도 했었지요. 이런 뉴스를 접하게 되는 경로는 주로 공식적인 언론 보도가 아닌 개인 블로그나 인터넷 게시판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렇기 때문에 분명한 출처와 진위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금 소개드린 바티칸 관련 소식도 조금만 찾아보면 해당 뉴스에 언급된 대변인이라는 인물이 바티칸에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사안이지요.

        아무튼, 제가 찾아본 바로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홈페이지에서는 해당 방송의 동영상을 볼 수 없었지만, 실제로 방영이 되었던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관련 내용을 좀 찾아 보니, 그 방송의 내용이 해당 뉴스와 다르다는 사실을 금새 알 수 있었습니다. 그 핏자국 주인의 온전한 DNA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 방송의 내용이랍니다. 해당 핏자국에서 확인된 것은 미토콘드리아 DNA뿐인데, 그건 오로지 어머니로부터만 나온다고 하네요. 다시 말해서 아버지로부터 오는 미토콘드리아 DNA라는 것이 원래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미토콘드리아가 아닌 DNA의 부계와 모계를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네요.((관련 논의는 이 게시판을 참조하세요 http://www.monachos.net/…/to…/6879-christs-dna-tested/page-2))

        방송 내용과 관련된 토의가 이루어진 어느 게시판에서 한 부분을 인용하겠습니다. “Now, as Olga pointed out, to say that someone has “no paternal DNA” is to say they’re missing half their nuclear DNA (and specifically the Y chromosome for a male) – half comes from the mother and half from the father. Mitochondrial DNA, however, comes solely from the mother. So, what happened is that initial tests found only mitochondrial – i.e., “maternal” – DNA, which is not the same as saying there was “no paternal DNA.”” 인용문의 내용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해당 방송에서 “no parental DNA”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이 대목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만, 이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 DNA가 원래 엄마로부터만 온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지요.

        저도 물론 성경에서 말하는 그리스도와 구원의 진리가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다면 더 바랄 것 없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확한 사실 확인도 없이 단지 우리의 신앙적 입장과 부합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엉터리 주장들을 서로 공유하고 “좋아요”를 누르는 것이 교회와 우리의 신앙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과학적인 지식이 부족하여 오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 하에 제 생각을 보태자면 이렇습니다. 만약 정말 예수님의 염색체가 46개가 아닌 23개 뿐이었다고 하면, 이 분을 사람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으므로, 예수님을 완전한 하나님과 완전한 사람으로 믿는 그리스도인에게는 심각한 신학적인 문제가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예수님께서 성령으로 잉태하긴 하셨지만, 여전히 우리와 같은 완전한 사람으로 오시려면 염색체는 46개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추가: 새로 가져온 링크에는 예전에 걸었던 링크와 다른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추가로 언급합니다. 해당 블로그에서는 22개의 모친쪽 염색체와 Y염색체가 발견되었고, 부친쪽 염색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요약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Y염색체는 아버지로부터 오는 것일텐데, 부친쪽 염색체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아버지로 부터 받게 되어 있는 Y염색체는 있지만, 부친쪽 염색체는 아니다”라는 논리적 모순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이트에 관련 기사가 두어 개 있었지만, 이런 내용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방송 자체의 착오였거나 번역 과정에서의 실수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DNA 조사로 예수님의 성령잉태를 밝혔다는 기사에 대해”의 2개의 생각

    1. 블로그에 답글이 달려본 적이 없어서 답글을 승인해야 한다는 사실도 오늘에야 알았네요. (이거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연구해 봐야하겠습니다.) 답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실 제가 별로 과학적인 사람은 아닌데, 단지 엉뚱한 루머가 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일 뿐입니다. 답글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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